베닌 브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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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7일 연합통신(Associated Press, AP)에 따르면, 영국(United Kingdom)의 호니먼 박물관(Horniman Museum and Gardens)이 관내 소장품 중 ‘베닌 브론즈(Benin Bronzes)’ 72개 품목을 나이지리아 정부에 반환하기로 했다.

호니먼 박물관 측은 “올해 초 있었던 나이지리아 국립 박물관 및 기념물 위원회(Nigeria’s National Commission for Museums and Monuments)의 공식 문화재 반환 요청을 계기로, 영국과 나이지리아의 시민과 예술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최종적으로 베닌 브론즈 72점의 반환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베닌 브론즈”는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 존재했던 베닌 왕국(Kingdom of Benin)의 유물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1897년, 서아프리카 전역에 정치 및 상업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대영제국(British Empire)이 무력을 통해 도시를 장악하고 약탈한 문화재이다. 주로 동 또는 구리로 만들어진 유물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나, 때로는 상아나 산호, 나무, 금속 등의 재질로 이루어진 베닌 왕국의 유물 또한 베닌 브론즈로 부르기도 한다.

당시 약탈당한 베닌 브론즈의 수는 약 3,000점에서 5,000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호니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72점 외에도 영국 내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 900점,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s Scotland)에 74점이 있으며, 나머지는 전세계 곳곳에 퍼져있다.

호니먼 박물관이 반환할 베닌 브론즈는 명패, 인간과 사람 모양의 형상, 그리고 왕립 예술가들이 구리와 동으로 만든 왕권의 상징물 등이다. 박물관 측은 해당 유물이 무력 약탈의 산물이라는 증거가 뚜렷하고, 외부 자문단 역시 박물관의 의견과 동일하게 본국인 나이지리아로의 반환이 적합하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하여, 기쁘게 반환을 결정하였다”고 발표했다. 또한, 반환 후 유물의 관리를 위해 나이지리아 국립 박물관 및 기념물 위원회와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도 전했다.

약탈 문화재 반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식민지 시대의 약탈과 착취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나이지리아(Nigeria), 이집트(Egypt), 그리스(Greece)는 물론, 북아메리카(North America)와 호주(Australia) 원주민들도 약탈 당한 문화재와 강제징집 및 노예무역으로 인한 피해자의 시신 잔해를 반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듯, 독일(Germany)은 최근 자국 내에 있는 베닌 브론즈 수백 점을 반환하기로 나이지리아와 약속했다. 프랑스(France)는 지난 해 이미 19세기 다호메(Dahomey) 왕국의 유물인 아보메 보물(Abomey Treasures) 26점을 베닌(Benin)에 반환키로 하였다.

독일과 프랑스에 비하면 영국은 진행이 더디다. 지난해 10월, 나이지리아 연방 정보 문화부(Nigeria’s Federal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ulture)가 대영박물관에 문화재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영박물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반환을 위해 나이지리아와 협업 중에 있다는 입장만을 남기고 있을 뿐, 직접적 반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호니먼 박물관은 중국산 찻잎 무역상이었던 프레데릭 호니먼(Frederick Horniman)이 전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1890년 개관했다. 현재는 그의 소장품이 식민주의적 폭력을 통해 수집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박물관 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설립자 호니먼이 차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가 거대한 식민 지배 세력이었던 대영제국의 아편 판매와 부당 및 강제 노동에 의존한 생산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고품질 찻잎을 낮은 가격으로 수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호니먼 박물관 측은 이번 반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무력 및 불공정 거래를 통해 취득한 유물의 추후 전시 여부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까지 이어지는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근대 역사는 서양 강대국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로 점철된 역사였다. 동시에 신대륙의 원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착취와 핍박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발생한 역사적 감정의 응어리는 정치, 경제, 문화 및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계를 이어주는 세계화와 이를 통한 평화유지의 큰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식민 지배국과 피지배국 간에 철저한 조사로 과거의 악행을 청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 몇몇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식민지 시대에 약탈한 유물의 반환을 시발점으로 이러한 노력이 확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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