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누엘 마크롱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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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9일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쇼날 (Radio France Internationale, RFI)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엘리제궁에서 열린 알제리 독립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프랑스 엠마누엘 마크롱 (Emmanuel Macron) 대통령이 기념사를 전했다. 이날 기념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독립전쟁으로 희생된 무고한 시민과 참전유공자들을 기리고 기억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알제리는 1830년부터 1962년까지 약 130년간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장기간 이어진 식민통치로 당시 많은 프랑스 국민들은 알제리를 단순한 식민국이 아닌 프랑스의 한 지역구로 인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탈식민주의 운동이 알제리에서도 발생했고, 독립을 주장하는 알제리 독립군과 식민지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프랑스군 간의 전쟁이 8년간 지속되었다. 긴 전쟁 끝에 알제리는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샤를 드골 (Charles de Gaulle)로부터 종전과 함께 알제리의 완전한 독립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에비앙 협정 (Évian Accords)의 체결을 이끌어냈다.

이 결과로 1962년 3월 18일 마침내 알제리가 자주 독립국으로 거듭났고, 지난 3월 18일은 독립으로부터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알제리 독립 60주년 기념사는 프랑스와 알제리 간의 오랜 관계 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프랑스와 알제리는 독립 직후 약 40년 간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샤를 드골 대통령과 조르주 퐁피두 (Georges Pompidou) 대통령은 모두 알제리와 친선 관계를 이어갔고, 뒤이어 당선된 프랑수아 미테랑 (Francois Mitterand) 대통령 또한 임기 중 알제리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했었다. 이러한 우호 관계 유지를 통해, 프랑스는 알제리가 독립한 이후에도 수년간 알제리 영토 내에서 핵실험 및 화학무기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친선 관계는 1992년 알제리에서 선거가 연기되었는데,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프랑스 정부가 이를 비판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알제리 정부는 프랑스 주재 알제리 대사들을 송환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양국 간의 갈등은 1999년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Abdelaziz Bouteflika)가 알제리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양국 간 평화 유치를 선언하며 마무리되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후 대외적으로는 프랑스 친화적 성향을 지속적으로 내비추었으나, 대내적으로는 국내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반 프랑스 담론을 적극 활용했다.

이후 20년간 이어진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독재 기간 동안, 알제리 정치인들은 프랑스 식민지배 기간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당시 프랑스의 행동을 학살이라고 표현하는 등 프랑스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2019년 대규모 시위를 통해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독재정권은 타개되었으나, 새 정권 역시 반 프랑스 담론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 이에 지난 해 12월, 마크롱 대통령이 알제리의 정치 군사체제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고 국민을 상대로 프랑스를 향한 혐오를 조성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지배 이전 알제리를 독립국가로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여 알제리의 반감을 샀고, 그 결과로 다시 한 번 프랑스 주재 알제리 대사들에 대한 송환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적 갈등이 알제리와 프랑스 간의 교류가 전무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알제리 정부는 영토 내에서 프랑스 정부의 각종 실험을 허용하기도 했으며, 2013년부터는 프랑스군의 지하드 전사 소탕 작전을 위해 알제리 영공 비행을 허용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기간 동안 과거 프랑스 제국의 식민 통치를 직접적으로 사과하지는 않았으나, 식민 지배를 겪은 피지배국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왔다.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둔 지금, 프랑스와 알제리의 관계는 다시 호전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 프랑스 유권자 중 알제리계 프랑스 시민과 독립 후 알제리에서 이주해온 유럽인 후손이 수백만명에 달하기에, 알제리계 사람의 표심을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알제리와 프랑스의 관계를 다룬 책의 저자 나우펠 브라히미 엘 밀리 (Naoufel Brahimi El Mili)는 이번 대선에서 알제리계 프랑스인들이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 알제리 주재 프랑스 대사 자비에르 드리앙쿠르 (Xavier Driencrout)는 엘 밀리의 의견에 동의하며, 알제리계 프랑스인들이 보수 후보인 발레리 페크레스 (Valerie Pecresse)와 에릭 제무르 (Eric Zemour), 마린 르 펜 (Marine Le Pen)을 선호하지 않기에 마크롱 대통령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2019년 발언이 알제리계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반감을 일으킨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의 마크롱 대통령 지지 여부를 확언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고 있다.

제국주의 역사를 기반으로, 알제리와 같은 식민 지배 피해국 출신의 이주민과 난민 다수가 프랑스에 거주하게 되면서, 그들의 표심을 얻는 것이 주요한 대선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을 제외한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우파 성향을 보이며 이주민 출신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 향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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