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 중국 언론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에 따르면, 중국 과학자들이 바이러스(virus) 확산과 이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mechanism)을 발견했다. 선전첨단기술연구소(深圳高新技术研究所)의 연구진은 숙주 동물들의 이동 속도와 방향을 관찰한 끝에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개체군을 보호하는 ‘이동 도태(migratory culling)’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동 도태는 숙주가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이동해 감염된 개체를 후에 남겨두는 현상을 말한다.
숙주 이동이 바이러스 확산을 가속화 한다는 기존의 가설과 달리, 일부 최근의 생태학 연구는 이동이 오히려 감염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가 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제왕나비는 그렇지 않은 개체들보다 기생충 질병에 걸릴 위험이 현저히 낮다. 이를 바탕으로 선전첨단기술연구소의 연구진은 이동 도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대장균과 M13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실험을 설계했다.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없기에 숙주와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실험 결과, 건강한 대장균이 더 빠르게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떨쳐낸 반면, 감염된 개체는 집단에서 점차적으로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숙주가 빠르면서도 방향성 있는 이동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전파와 관련된 새로운 실험적 모델(model)을 제시하면서 감염성 질병의 예방 및 통제 전략에 중요한 연구자료가 되었다. 연구를 주도한 푸슝페이(傅雄飞) 박사는 “이번 발견은 자연에서 바이러스 확산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팬데믹(pandemic)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선전첨단기술연구소의 결과물은 국제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지난 12월 3일 화요일(현지시간) 게재되며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바이러스 확산에 있어 숙주의 이동은 바이러스 확산을 더욱 빠르게 한다는 주장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반대로, 숙주의 이동이 빠르고 방향성이 정해져 있을 때 감염 개체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자연적 메커니즘이다. 동물뿐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도 적용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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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3 박테리오파지: 무독성 특성을 가지고 자체 조립이 가능한 기능성 나노소재이다.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전기, 화학, 광학, 의학 등의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사용된다. (출처: National Library of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