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일본 언론사 마이니치 신문(毎日新聞)에 따르면, 일본에서 다문화 시대에 알맞지 않은 구시대적 교칙 때문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선천적인 외형으로 일부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어 인권 보호의 차원에서 교칙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일본은 예로부터 한국과 같이 ‘단일 민족 국가’로서 자국의 뿌리를 중요시하는 교육을 이어왔다. 그러나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인 유학생과 이민자가 증가하였고, 그에 따라 다문화 가정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에 따르면, 2021년에 태어난 신생아 중 무려 24분의 1이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고 한다. 이에, 일본 정부는 ‘다문화 공생 사회(多文化共生社会)’를 표방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다문화 공생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공생 사회’란, 다양한 국적과 민족의 사람이 모여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대등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나가는 사회를 뜻한다. (참고: 총무성) 공공기관에서는 다국적 언어로 안내 팸플릿 또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는 다문화 체험이나 다문화 가정 부모님과의 일일 교실 등 다양한 교육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도 교칙만은 옛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차별을 겪고 있다. 작년 2월에는 졸업식 날, 교칙에 맞지 않는 ‘부모님 나라’의 헤어스타일을 한 학생이 다른 학생과 격리되어 졸업식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차별이 발생하는 이유는 일본 학교의 교칙이 옛날부터 이어져 온 ‘이상적인 일본인 학생’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칙에 담긴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으로는 직모의 검정 머리카락을 포함해 남학생은 눈썹과 귀, 옷깃에 닿지 않는 짧은 길이의 머리카락이, 여학생의 경우에는 귀와 같은 높이의 한 묶음 또는 머리를 푼 단정한 헤어스타일 등이 있다. (참고: 도쿄경제)
그러나 선천적으로 머리카락 색이 밝거나, 심한 곱슬머리 등 부모님의 이국적인 외향을 물려받은 다문화 학생은 교칙을 준수하기 어렵다. 도쿄 변호사회(東京弁護士会)가 조사한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학교에서 헤어스타일에 관한 실태조사(外国にルーツを持つ児童・生徒の学校での髪の毛に関する経験)’에 따르면, 강한 곱슬머리를 가진 학생 중 약 40%는 모류 교정이나 염색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는 주위로부터 눈에 띄지 않고, 교칙을 준수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외형을 이유로 학교생활에서 제재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 다문화 가정의 고유한 문화를 존중하지 못하고,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의 자아 정체성 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따돌림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새롭게 발전해 나가는 시대에 발맞추어 일본의 교칙도 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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