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2일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에 따르면, 시카고(Chicago) 주(州)에 위치한 글렌뷰(Glenview) 마을의 주택 소유자 협회(Homeowners association)가 이 지역 호수에 서식하는 비버를 포획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후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소유자협회가 마을의 비버를 없애기로 한 배경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7년부터 글렌뷰 주민들은 주택소유자협회에 “마을의 조경을 가꾸고, 지역의 자연 환경을 보다 더 아름답게 조성시켜 달라”고 꾸준히 청원했다. 조경이 훼손되거나 악화될 경우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주택소유자협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은 주민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주택 소유자 협회의 관리부인 케이건 매니지먼트(Cagan Management)가 최근 비버들이 호수 근처의 나무들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포획 후 제거할 것이라는 계획을 통보한 것이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마을의 조경을 가꿔달라는 것은 수질을 정화해달라는 뜻이었지 비버를 포획하라는 뜻이 아니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6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비버의 포획에 반대하는 페이스북(Facebook) 모임에 가입했으며, 비버를 구하자는 온라인 탄원서에는 2천여 명의 주민이 참가했다.
글렌뷰 비버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버는 한 때 일리노이(Illinois) 주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멸종 위기종이었다. 1970년대 이후 지난 40년동안 오대호(Great Lakes)*를 포함한 미국 전역의 수질이 극적으로 개선되면서 지금처럼 일정 범위의 비버 개체수가 자리잡은 것이다. 그렇게 가까스로 안정화된 비버의 개체수가 최근 들어 지나치게 많아 수질을 오염시키게 되자 일부에서 포획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된 것이다.
다행히 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받아들인 주택소유자협회 측은 비버를 포획하는 방법 대신 대안을 찾겠다고 전했다. 특히, 주민들이 교외 야생동물 통제소 (Suburban Wildlife Control)와 협업을 추진하여 비버들을 생포해 개체수가 적은 타지역에 재배치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수많은 비버들이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지킨 이 또한 인간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지역 동물의 생명을 파괴하거나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시위의 선두에 있었던 글렌뷰 주민 카라 부시엘(Kara Busiel)은, “비버가 단순히 비버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비버 뿐만이 아니라 글렌뷰의 연못은 생태계 그대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지역 생태계를 지키려 발 벗고 나선 만큼, 비버를 비롯한 글렌뷰 마을의 지역 생태계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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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Great Lakes): 북아메리카 대륙의 동부에 있는 거대한 호수군. 호반 일대에는 시카고·밀워키·게리·디트로이트·털리도·클리블랜드·버펄로(이상 미국), 해밀턴 ·토론토(이상 캐나다) 등의 도시가 이어져 있다. (출처: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