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01일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따르면, 스위스(Switzerland)에서 기후 위기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그 속에 묻혀 있던 오랜 유물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의 고고학자 로메인 안덴마텐(Romain Andenmatten)은 스위스 발레(Valais)주의 포클(Forcle) 빙하에서, 길을 안내하는 용도로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나무 막대와 벨트로 추정되는 가죽끈을 발견했다. 다른 나무와 비교 후 분석한 결과, 고대 로마(Rome) 시대 때 가공된 것으로 판정되었다. 가죽끈의 경우에는 아직 탄소 연대 측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그는 최근 몇 년간 포클 빙하에서 약 2천 500년 전에 제작된 나무 조각상과 16세기에 용병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과 옷, 그리고 3천 500년 된 가죽 신발 등 다양한 유물들을 발견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유물이 발견되는 상황은 비단 스위스 뿐만이 아니다. 지난 해, 이탈리아(Italy)의 몬테 스콜루초(Monte Scorluzzo) 산에서도 제 1차 세계대전 때 오스트리아(Austria) 군인들이 피난처로 사용했었던 벙커(bunker)가 발견됐다. 해발이 약 3,094미터(m)인 스콜루초 산은 여태까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으나, 최근 빙하가 녹으면서 벙커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이 벙커에서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탄약, 책, 담배 파이프(pipe), 캔(can) 등 다양한 역사적 유물을 발견했다. 더불어, 스콜루초 산에서 발굴된 또 다른 벙커에서는 100여 년이 된 씨앗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땅에 심어 꽃을 피워내기도 했다.
최근 탄소 배출 등으로 많은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빙하가 새로운 ‘고고학 유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 많은 얼음이 녹을수록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유물들이 대거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빙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전문가들이 유물을 전부 채굴하기도 전에 얼음 밖으로 노출돼 훼손되는 유물이 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스위스 빙하감시센터와 브뤼셀 자유대학교(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는 알프스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테라치 빙하(Morteratsch Glacier)’가 하루 5센치(cm)씩 경계선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쯤에는 알프스 빙하 중 80%가량이 사라질 거라고 전하고 있다. 새로운 고고학 유적지를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스위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평소와 달리 대규모의 빙하와 얼음이 빠르게 녹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매년 엄청난 양의 빙하가 끊임없이 녹고 있다는 경고는 매년 제기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이번 유물 발굴이 기후위기와 관련있다는 입장을 아직 내놓지는 않았다 . 향후 해빙 속도가 더 빨라질수록, 전 세계의 기후 위기는 더 심화될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이번 일을 단지 역사적 유물의 발견으로만 여기지 말고, 해빙의 부정적인 나비효과를 막기 위해서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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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연대 측정: 공기 중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는 방사성 원소 ‘탄소-14’를 이용해 유물 또는 생물 유해의 연대를 과학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이다. (출처: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