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6일 Euronews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확대 담당 집행위원 올리버 바헬리(Olivér Várhelyi)는 북마케도니아(North Macedonia) 없이 알바니아(Albania)만 EU 가입 협상 진행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3월 2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서부 발칸의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의 회원 가입 협상 개시 승인에 대한 수정된 사안이다.
알바니아는 2009년 4월 28일, 북마케도니아는 2004년 3월 22일에 EU 가입을 신청했다. 이후 가입 협상 개시가 진행되었으나 무산되며 눈에 띄는 진행이 없었다. 2020년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신규 회원국 가입 절차를 강화하는 ‘새로운 방안(revised methodology)’을 제시하면서 지난해 3월 25일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의 회원 가입 협상 개시를 승인하였다. 새로운 방안은 가입희망국의 정치개혁과 법치주의 수준이 EU의 기준에 맞추지 못할 경우 협상 중단을 가능토록 하는 이른바 ‘가입 희망국의 선(先) 개혁, EU의 후(後) 실행’이다. 이 새로운 가입 규정의 등장이 회원가입 협상 승인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들 국가의 EU 가입 협상은 2020년 5월 개최된 EU-서부 발칸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 EU 27개국 정상과 서부 발칸 6개 파트너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정상회의에서 자그레브 선언(Zagreb Declaration)을 통해 EU의 서부 발칸 국가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이들 국가들에 ‘유럽의 가치와 원칙 준수’, ‘개혁 실행’ 및 ‘역내 인접 국가 간 협력 강화’를 요청했다.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는 발칸반도는 인구 유출과 경제 위기로 최근 ‘유럽의 버려진 땅’으로 취급 받고 있다. 따라서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는 EU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EU의 지원 자금과 투자 유치를 기대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국민들에게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 공화국(Federal Republic of Yugoslavia)에서 독립한 북마케도니아는 나라 이름을 두고 그리스(Greece)와 갈등을 빚었으나 EU 가입에 필수적인 그리스의 지지를 얻기 위해 2019년 국명을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면서 30년에 걸친 오랜 분쟁을 끝내고 그리스는 가입 협상에 동의했다.
그러나 동일 선상에서 시작한 양국의 EU 가입 협상에서 북마케도니아는 제외될 위기에 처했다. 북마케도니아가 이러한 상황에 놓인 이유는 현 EU 회원국인 불가리아(Bulgaria)의 반대 때문이다. 한차례 그리스와 갈등을 빚기도 했던 북마케도니아는 현재 불가리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2020년 중반부터 2021년 초까지 반정부 시위가 지속됐던 불가리아는 가입 협상 틀에 불만을 품고 EU 회원 가입 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반대해 왔다. 불가리아 외무부는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 반대에 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역사와 정체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리버 바헬리는 이를 두고 “우리가 다시 북마케도니아의 가입 협상에 어려움에 부딪힌다면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가 상호 우호적인 합의점을 찾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다면 문제는 알바니아와 진전할 수 있느냐는 것을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자료 출처)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는 회원국 가입 협상으로 가는 과정까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있다. 두 국가는 회원가입 협상 개시 조건인 개혁조치를 추진하고 역내 ‘안정화 및 연합과정’(Stabilisation and Association Process, SAP)을 수용하였으나, 프랑스(France)를 비롯한 덴마크(Denmark), 네덜란드(Netherlands) 등 일부 국가가 북마케도니아의 민주주의와 법치 수준, 부패 문제 등과 관련에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가입 협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특히, 프랑스의 반대가 가장 강경하였다. 프랑스는 2019년 10월 유럽의회에서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의 회원가입 협상 개시에 반대의견을 제기하며, 신규회원국의 가입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EU의 확대와 심화는 서로 상쇄적 속성(trade-off)을 갖기 때문에 양적 외연 확대에 치중하면 질적 심화가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시각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 출처)
북마케도니아와 달리 알바니아는 협상 개시까지의 장애 요소를 극복하여 EU 가입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EU는 이달 초 알바니아의 전 외교장관인 디트미르 부샤티(Ditmir Bushati)와 함께 알바니아의 새로운 가입 추진을 계획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6월 정상회의에서 일정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EU 가입에 대한 알바니아 내 반응은 만장일치로 최근 유럽연합 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알바니아인의 9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4월에 시행된 알바니아 총선에서 EU 가입에 반대하는 정당은 없었으며 과정이 지연되는 점에 경쟁국들을 비난했을 뿐이다.
작년 1월 영국의 EU 탈퇴로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확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서부 발칸 국가의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 발칸 국가가 EU 회원국이 된다면 서부발칸으로의 EU 확대가 역내 안정 확보를 위한 목적에 부합하고, 이 지역이 러시아(Russia)·중국·터키(Turkey) 등의 세력 확장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진 긍정적 요인이 따른다. 하지만 서부발칸 국가들이 만성적 재정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이 회원가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EU 보조금보다 분담금이 많은 독일, 프랑스 등 국가들은 서부 발칸 국가들이 회원국이 되면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서부발칸 국가의 EU 가입 논의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의 대비가 뚜렷한만큼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의 가입 협상에 대비해 EU는 정책과 체계를 잘 마련해야할 것이다. (자료 출처)
유럽연합의 마지막 가입국인 크로아티아(Croatia)를 뒤이어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가 EU 회원국이 될 수 있을지, 유럽연합 가입을 기다리고 있는 터키·몬테네그로(Montenegro)·세르비아(Serbia)·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and Herzegovina) 또한 유럽연합의 일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으로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가 EU와 어떤 관계에 놓일지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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