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13일 중남미 언론사 인포바에(Infobae)에 따르면, 1950년대 도시 전체를 충격에 몰아넣은 칠레(Chile) 산티아고(Santiago)에서 벌어진 연쇄 아동 성폭력 및 살인 사건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 범인은 프란시스코 바렐라 페레스(Francisco Varela Pérez)라는 남성이었다. 무려 20여명의 아이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언론은 그를 ‘카라스칼(Carrascal)의 괴물’ 혹은 ‘검은 뱀파이어(vampire)’라 부르면서 범죄의 잔혹함을 강조했다.
범인이 주로 범행을 저지른 곳은 제도적 보호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베가 센트럴(Vega Central), 퀸타 노르말(Quinta Normal), 마포초(Mapocho) 강 주변은 대부분 빈곤층과 노숙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고, 거리에서 떠도는 아이들은 사실상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는 이런 현실을 악용해 ‘자루 노인’***이라는 미신 속 인물처럼 어린이들을 유인했다.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1954년 4월 16일 금요일(현지시간) 아침이었다. 한 여성이 폐가 인근에서 소년의 시신을 발견했고, 희생자는 9세의 루이스 가스톤 베르가라 가리도(Luis Gastón Vergara Garrido)였다. 발견 당시 소년은 알몸에 가까운 상태였고, 몸 곳곳에는 폭력의 흔적이 뚜렷했다. 피해자는 질식으로 사망했으며, 사망 전 성폭행을 당한 정황이 발견되었다. 왼손으로 범행을 저지른 증거가 명확히 남아 있어, 이후 수사에서 핵심 단서로 활용됐다.
경찰은 인근의 노숙자들과 전과자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고, 피해자 몽타주(montage)가 공개되면서 수사는 빠르게 진전됐다. 결국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자백했고, 바벨라는 “술에 취해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며, 범행을 반복한 이유를 자백했다. 조사 결과, 이전에도 성범죄 전력이 있었고, 복역과 출소를 반복해 온 이력도 있었다.
바렐라에 대한 심리 분석 결과에서는 일반적 범죄자의 범주를 넘어서는 성향을 드러냈다. 자신이 받은 소외와 가난에 대한 분노를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에게 투사했고, 강한 성적 충동과 피해 망상이 동반된 성격 장애를 지닌 것이었다. 언론은 그를 ‘괴물’이라 보도했고, 당시 사회는 어쩌다 이토록 극단적인 범죄자로 변모했는지에 의문을 가졌다.
재판 결과, 바렐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만 해도 실종 아동에 대한 대응 체계는 거의 없었고, 지역 사회의 감시망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렐라 사건을 계기로 아동 보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커졌고, 사회복지와 공공 보육의 필요성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연쇄 범죄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초동 대응과 정보 공유 체계가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자루 노인’이라는 전설적 이미지가 실제 범죄자와 결합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바렐라의 범죄는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동 보호 정책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보호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도입 및 발전된 아동 보호 정책들이 칠레 사회에서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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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센트럴: 산티아고 최대 시장 중 하나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퀸타노르말: 산티아고의 하위 행정구역 중 하나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자루노인: 라틴아메리카(Latin America) 지역에서 아이들을 납치해간다고 전해지는 전설 속 인물이다. (출처: 메모리아 칠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