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4일 일본 언론사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의 삿포로 지방법원(道札幌聾)이 청각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낸 소송을 기각했다고 한다.
소송을 제기한 청각장애 학생들은 ‘수화’ 수업을 제공하는 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그러나 수화로 수업하던 교사들이 잇달아 퇴직하면서 학생들의 수업에도 지장이 생겼다. 이에 학교 측은 수화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사를 뽑았으나, 학생들은 헌법에 보장된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각각 550만 엔(한화 약 4,794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다.
이번 소송은 학교 측이 학생들이 사용하는 수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여 발생한 사건이다. 일본의 수화는 크게 두 종류인 ‘일본 수화(日本手話)’와 ‘일본어 대응 수화(日本語対応手話)’가 있다. ‘일본 수화’는 손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 등 몸짓을 모두 활용한다. 이에 반해, ‘일본어 대응 수화’는 일본어 단어와 문자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손가락 모양을 활용한다. 둘 다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수화이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한국어와 영어처럼 전혀 다른 언어로 느껴진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은 ‘일본 수화’를 배우고, ‘일본 수화’로 학교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새롭게 선발한 교사는 ‘일본어 대응 수화’를 사용하였기에 학생들은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참고: 홋카이도 뉴스)
그러나 홋카이도 지방법원은 해당 소송을 기각했다. ‘특정 수화로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별도의 법이 없으며, ‘수화’를 이용하는 수업을 제공했으므로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이다. 또한, ‘수화’를 사용하는 교사 자체가 극히 드물어 인재 확보가 곤란하고, 수화뿐만 아니라 필담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기에 학생들을 차별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본 문부과학성(文部科学省)은 청각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해 해당 학생만이 모인 ‘특별지원학교(特別支援学校)’와 일반 학교에 편성된 ‘특별지원학급(特別支援学級)’을 설치하고 있으며, 보청기로 소통할 수 있는 학생은 일반 학급에도 다닐 수 있다. 모든 제도가 보청기, 대형 모니터 등의 다양한 시청각 기기를 활용해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개별 지원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지원학교가 아니라면 청각장애인이 주로 사용하는 소통 방법인 수화, 필담, 구화를 모두 배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참고: 문부과학성)
교사 부족 문제로 청각장애 학생들이 원하는 수화를 사용하는 교사를 임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학생이 사용하는 것과 다른 수화로 수업을 받는 것 또한 학생들에게 적절한 학습을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청각장애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학교에서 사용하는 수화를 하나로 통일하거나, 두 수화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등 추가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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