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7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South China Morning Post)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 2022년 하반기 당대회에서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을 단행한다. 주목할 점이라면 정치, 경제, 군사와 같은 전통적인 행정 인사가 아닌 항공 우주, 반도체, 첨단 제조와 관련한 기술 관료들이 등용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 관료들인 일명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가 사회주의 국가에서 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구소련 시절부터,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AK-47 소총의 개발자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Михаил Калашников)는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에게 숙청 당한 부농 가정의 자제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수많은 훈장과 함께 대령으로 예편했다. 소련의 로켓, 항공 우주 프로젝트를 지휘했던 세르게이 코롤료프(Сергей Павлович Королёв)는 굴라크(Gulag)에 수용된 적 있었던 정치범 취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해 서방 세계에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crisis)*를 일으켰다. 신상 보호를 명목으로 신상 정보와 역할은 극히 비밀에 부쳐졌지만, 내부적으로는 냉전의 최정점 시기 소련의 프로파간다(propaganda)* 정책은 그의 개발 성과에 의해 진행되었다. 그는 사후 크렘린 벽 묘지(Некрополь у Кремлёвской стены)에 안치되었다.
하지만, 소련에서의 테크노크라트는 그 권력이 실질적으로 제한되었다. 반면에, 중국의 테크노크라트는 늘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중국의 로켓 공학자인 첸쉐썬(錢學森)은 미국에서 간첩 협의를 받아 중국으로 돌아온 이후, 둥펑(DF series), 실크웜(silkworm) 등의 전략 무기 개발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공로를 바탕으로 중국 군부에서 입지를 쌓은 후,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을 자문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권력이 상승하게 된다. 이후 최종적으로 양회(两会)* 중 하나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国人民政治协商会议) 부주석을 지내는 등 권력의 핵심에 서 있게 된다. 중국 주석들의 이력을 따져보아도, 중국 4대 주석인 양상쿤(楊尙昆) 이후,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자체의 권력이 강해지기 시작한 5대 장쩌민(江澤民), 6대 후진타오(胡錦濤), 7대 시진핑(習近平)에 이르기까지 전부 공과 대학 출신이다. 이공 계열 출신이라는 것이 권력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이공 계열 출신의 기술 관료들에 대한 선호가 중국 공산당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러한 기술 관료 선호 의지를 2022년 하반기부터 공식화할 전망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신냉전으로 기술 협력의 디커플링과 경쟁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러한 기술 관료의 등용으로 신냉전의 기술 안보 체제 속에서 기술 자립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Marcopolo Think tank) 최근 국가 간의 헤게모니 경쟁에서 기술 패권과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면서, 정치 체제와 국가의 기반까지 이에 맞추려는 변화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역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여 핵심적인 이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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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과학적 지식이나 전문적 기술을 소유함으로써 사회 또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출처: 두산백과
*양회(两会):중국에서 매년 3월에 거행되는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칭하는 말. (출처: 두산백과)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crisis): 니키타 흐루쇼프 시절 1957년 10월 4일 세계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Sputnik 1)를 쏘아올려 우주과학기술을 과시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소련을 압도하고 있다고 믿었던 미국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이를 스푸트니크 쇼크라 한다.
*프로파간다 (propaganda) : 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