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1일 일본 언론사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이시카리 시(石狩市)에서 전국 시정촌 최초로 ‘수화에 관한 기본 조례(手話に関する基本条例)’가 가결되었다고 한다. 청각 장애인 뿐만 아니라 시민 전체가 수화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장애인 복지 구제 제도(障がい者福祉共済条例)와는 다르다. 2013년 10월 지자체에서 처음 수화조례를 제정한 돗토리현(鳥取県)에 이어, 이시카리 시가 좋은 마을 만들기의 선구자로서 수화 사용의 확대를 꾀한 것이다.
‘수화에 관한 기본 조례’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중점을 두고 사회 의식의 변화를 위해 발의되었다. 청각 장애인을 포함해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조례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시민 전체란 현재 수화 사용자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용하게 될 사람들을 포함한다.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받는 것이 이번 조례의 목표이다. 또한 수화의 언어 인정을 통해 차별받아 온 청각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한다. 조례 개정 이후에는 수화의 보급, 수화 강습회, 청각 장애인의 권익 증진을 위한 간담회 등을 개최하여 시민들의 상호 이해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이시카리 시 해바라기 수화 동아리(石狩ひまわり手輪の会) 회장인 타마테 치아키 씨(玉手千晶)는 조례 제정 이후에 ‘수화를 생활의 일부로 파악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각종 법이나 정책 중 수화에 관한 조례가 가장 미약하다.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는 법률조차 아직 없는 실정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함께 언어로 소통 및 생각하고, 문화를 창조해 나갈 권리가 있다. 수화 기본 조례는 이러한 사회적 의식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좋은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수화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제거하는 것이다. (출처: 石狩市労働組合)
한국에서도 일본의 경우와 같이 수화의 법률화에 대한 건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남시와 안양시를 포함한 지역들은 ‘한국 수화언어법’에 따라 ‘수화’의 ‘한국수어’로의 변경 요청, 그리고 ‘수지 한국어’와의 구분도 명확히 할 것을 주장했다. 청각 장애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수어를 제 2언어로 교육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출처: 공감언론, 스포츠서울) 또한 청각 장애는 전체 등록 장애인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수어 통역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로 인해 농인의 소통을 돕는 농인의 자녀인 ‘코다(coda)’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다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통역을 맡으며 영케어러(young carer)라 불리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개별 국가들은 코다와 청각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겪는 구조적인 문제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 개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음성 매체 중심사회에서 청각 장애인도 일반인과 동일한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장애를 비정상으로 구별 짓지 않는 사회를 위해, 일본의 지자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수화조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향후 동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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