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9일 더위크(The Week)에 따르면, 전 미국 올림픽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Simone Biles), 맥칼라 마로니(McKayla Maroney), 앨리 라이즈먼(Aly Raisman)을 포함한 90명의 여성들이 미 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을 상대로 10억달러(한화로 약 1조 2575억원) 규모의 배상금 소송을 진행했다. 전 미국 체조 국가 대표팀 담당 의사 래리 나사르(Larry Nassar)가 지난 30년 동안 수백명의 체조 선수들에게 저지른 성폭행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부실수사로 인해, 신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적 학대를 받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며 책임을 물은 것이다.
미 올림픽 여자 체조팀에서 일어난 나사르 성폭행 사건은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성범죄 사건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 체조 국가 대표팀 담당 의사인 동시에 전 미시간 주립 대학(Michigan State University)의 주치의였던 나사르는 1986년부터 2015년까지, 약 30년간 체조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현재 복역 중이다. 그의 범행은 지난 2015년 전직 여자 체조 선수인 레이철 덴홀랜더(Rachael Joy Denhollander)의 폭로를 시작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나사르는 2018년 연방법과 미시간주법을 위반한 혐의로 최대 125년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나사르 사건의 피해자는 약 300여 명에 달한다.
나사르가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지만, 피해자들은 FBI 또한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FBI는 나사르의 범죄를 인지하고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으며, 첫 공식 수사 후 기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이 기간 동안 발생한 나사르의 추가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실제로 FBI가 사건이 일어난 것을 인지하고 나사르를 체포하기까지 70명의 여성이 추가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 초기인 2015년에 FBI는 피해자 중 한 명의 진술을 듣고도, 나사르가 기소된 이후인 2017년 2월까지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시민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미 법무부와 FBI국장 크리스토퍼 레이(Christopher Wray) 또한 FBI의 늦은 대응을 인정하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부실 수사 당사자로 지목된 FBI 요원 두 명을 기소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점은 이번 소송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주립대 체조 선수 사만다 로이(Samantha Roy)는 “법무부가 사건에 책임이 있는 FBI 요원들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FBI의 잘못을 폭로하고 책임을 요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출처: The Washington Post)
성폭행은 심각한 사회적인 범죄이다. 성범죄가 일어난 것을 알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이 진실이라면, FBI 또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소송과 관계없이 이후로도 피해자들이 비슷한 일을 두 번 다시는 겪지 않도록, FBI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성범죄를 안일하게 인식하는 태도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하며, 이번 소송이 수사기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FBI의 부실수사에 대한 소송이 어떠한 결론을 맺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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