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6일 CNN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 법원이 최근 뒤영벌, 호박벌이라고 불리는 범블비(bumblebee)를 법률상 물고기로 분류해 보호하겠다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캘리포니아 지방 항소법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멸종위기종법(California Endangered Species Act, CESA)에 따라 뒤영벌을 ‘어류’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왜 ‘곤충’인 뒤영벌이 캘리포니아에서 물고기로 분류한 이유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야생동물보호협회, 식품안전센터 등의 공익단체들은 2018년,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뒤영벌의 개체수가 가파르게 줄어들자, 캘리포니아주에 뒤영벌 4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뒤영벌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될 경우, 뒤영벌은 CESA에 근거하여 캘리포니아주의 공식적인 보호를 받을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야생동물부는 뒤영벌을 후보종으로 지정하고, 이들을 멸종 위기종 공식 목록에 추가할지 검토하며 임시 보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일부 농업단체는 곤충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는 것은 법률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연합(Almond Alliance of California), 캘리포니아 농업연맹(California Farm Bureau Federation) 등 농업단체들은 뒤영벌의 활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뒤영벌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을 경우 농부들이 뒤영벌 주변에서 작업하는 데 제한이 생기고, 살충제 사용을 금지 당하는 등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또한 농민단체들은 캘리포니아주 멸종위기법이 ‘새, 포유류,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 식물과 달리 곤충 보호는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2020년 새크라멘토(Sacramento) 고등법원은 농업단체들의 손을 들어주며 뒤영벌은 그 개체수가 나날이 줄고 있음에도 멸종위기종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캘리포니아주 야생동물부는 항소 후, ‘어류’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멸종위기종법에 따르면 ‘어류’는 무척추동물을 포함하고 있어 뒤영벌도 어류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류의 폭넓은 정의 덕분에 1980년에는 달팽이가, 1984년에는 새우와 가재가 어류로 분류돼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법원은 “무척추동물은 말미잘, 성게와 같은 해양생물에만 적용된다”고 결론지으며, 이를 기각했다. (출처: NBC NEWS)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기존 판결을 뒤집은 결정이 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판사 3명은 판결문을 통해 “육상 무척추동물인 호박벌이 물고기 정의에 속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었고, 실제로도 물고기라는 용어는 물에 사는 생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이 경우 법적 전문 용어는 호박벌을 포함하도록 정의를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항소를 제기했던 단체 중 하나인 디팬스 오브 와일드라이프(Defenders of Wildlife) 캘리포니아 책임자 파멜라 플릭(Pamela Flick)은 “오늘은 캘리포니아 호박벌에게 좋은 날”이라며 기뻐했다. 야생동물의 활동으로 인해 인간이 얻는 수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나,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지금,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이다. 추후 뒤영벌 이외에도 캘리포니아가 어떤 또 다른 동식물을 멸종위기종으로 정하여 보호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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