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일 AP 통신(AP NEWS)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Texas) 주(州)에서 드라이브 스루* 투표와 24시간 투표를 금지하는 등 유색인종 투표권에 제약을 가하는 투표법 개정안이 통과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해 표결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조만간 특별회기를 소집해 다시 법안을 성사시킬 거라고 당부했다.
투표권 제한법이란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에 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부여하는 각종 법률을 지칭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후 그 원인을 투표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공화당원들은 해당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전투표를 제한하는 이 법은, 사전투표소 24시간 개방과 드라이브 스루 투표 방식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은 부정 투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히스패닉 등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의 투표 참여를 어렵게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같은 갈등은 텍사스 뿐만이 아니라 애리조나(Arizona), 조지아(Georgia), 플로리다(Florida) 등 공화당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14개 주가 비슷한 내용의 투표법 개정안을 이미 통과시켰고, 다른 18개 주에서도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법안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위터(Twitter), 코카콜라(Coca Cola), 애플(Apple) 등 200여개 기업도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도 이는 ‘짐 크로(Jim-crow)*’ 와 같은 차별 법안이며, 유색 인종에 대한 공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실제 입법이 진행된 일부 주에 대해서는 소송 진행 중에 있으며, 텍사스 역시 법을 통과시킬 경우 소송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러 주들의 투표권 제한법 통과는 미국의 위태로운 민주주의를 보여준다. 50년 전 미국에서 흑인들은 투표권이 없어 투표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가 투표권을 가진 지금도, 50년 전과 비슷한 일이 아직 일어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싸움에 국민들의 기본권이 도구로 소비된다면, 전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시켜왔다고 자부하는 미국을 향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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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스루: 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 주차장의 티켓 판매소, 책방, 레스토랑, 금융 기관 따위가 있다. 투표에서는 자동차에 탄 채로 투표를 할 수 있는 투표 방법이다. (출처: 국어사전)
*짐 크로: 1876년에 제정된 미국의 인종 차별법. 공공장소에서 흑인을 백인과 차별하는 규정 (출처: 국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