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8일 NBC 뉴스에 따르면, 플로리다주가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황열, 심장사상충증 등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의 번식을 막기 위해 유전자 변형(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모기를 풀 계획을 밝혔다. 이번 계획으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에 걸쳐 플로리다키스(Florida Keys)* 제도에 7억5000만 마리 이상의 유전자 변형 모기가 방생될 예정이다.
플로리다주는 오랫동안 이집트 숲모기로 인한 질병 확산에 시달려 왔다. 특히 플로리다키스 제도의 경우, 서식하는 모기 종류가 45종에 달해 정확한 질병 경로를 파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집트 숲모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에 불과하나, 매년 모기방역 예산의 10%인 100만달러(약 12억원)가 이집트 숲모기 박멸에 쓰이고 있다. 특히 2009년과 2010년에는 이집트 숲모기로 인한 뎅기열이 크게 확산되어 지역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었다. 플로리다주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영국 생명공학기업 옥시텍(Oxitec)에 의뢰해 2012년부터 GMO 모기를 방생시킬 방안을 도입하려 시도했으나 지역사회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수차례 무산되었다. (출처: Florida Keys Mosquito Control, Florida Department of Health)
이후 방역당국에서 살충제 살포와 모기 유충을 먹는 물고기까지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사라진 모기는 30~50%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2020년 8월 플로리다키스 제도 먼로 카운티(Monroe County) 자치정부는 공청회를 거쳐 미국 내 최초로 GMO 모기 실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과학자들은 옥시텍에서 개발한 GMO 모기 ‘OX5034’를 사용했는데, 유전자변형 수컷 모기를 야생으로 내보내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한 후 자손 모기로 하여금 짝짓기를 할 수 없게 해 죽도록 설계된 모기를 말한다.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여러 차례의 방출 시도 끝에 지방정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과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특히 EPA는 계획 승인에 앞서 모기를 풀기 72시간 전에 당국에 보고하고, 이후 성충으로 자라 질병을 옮기는 암컷 모기 사례가 있는지 최소 10주간 확인하도록 하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 내 GMO 모기를 풀어놓는 방안에 대한 논란은 1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현재 심각한 열대 질환을 막을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고, 브라질에서 거둔 성공 사례를 근거로 들어 GMO 모기의 효능을 강조한다. 2011년 옥시텍이 브라질 주아제이루(Juazeiro)시에 GMO 모기 천만여 마리를 방사했고, 1년 뒤 약 95%의 야생 모기 개체 수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대론자들은 현재 GMO 모기의 인체 유해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이고, 기존의 생태계 질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예일대와 브라질 상파울루대 등의 과학자 10명이 참여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GMO 모기들 중 일부가 성 조숙(sexual maturity) 과정을 거쳐 다른 모기들에게 변형 유전자를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전염병학 및 공중보건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기의 서식지가 증가하고,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는 플로리다주의 행보가 많은 사회의 귀감이 될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회가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한 지금 시점에서 섣부른 판단은 시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부작용을 초래하는 더 큰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플로리다 주정부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시민 및 환경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플로리다주가 이번 GMO 모기 방생으로 내부 전염병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여 전 세계적인 GMO 연구와 활용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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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생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변형 및 조작된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살아있는 모든 생물체(동물, 식물, 미생물 등)를 유전자변형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 한다. 유전물질인 DNA의 발견 이후 유전자 변형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다양한 GMO들이 개발 연구되고 있으며, 작물의 경우 1990년대 이후 현재 많은 나라에서 재배 및 사용되고 있다. (출처: 식물학백과)
*플로리다키스 제도(Florida Keys): 미국 플로리다주의 남단부에서 호(弧)를 그리며 남서쪽으로 240km 가량 뻗어나간, 가늘고 긴 산호질 석회암성 열도로서, 대서양과 플로리다만(灣)을 갈라놓는다. 제도의 거의 전역이 열대성의 관목으로 덮였다. 제도 중 가장 큰 킬라고섬[島]에서 최남단부의 키웨스트까지는 하이웨이가 뻗었다. 어업의 중심지인 동시에 미국 유수의 행락지로도 잘 알려졌다. (출처: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