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2일 유럽 언론사 유로뉴스(Euronews)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자국 가계와 가업을 위해 2,000억 유로(한화로 약 277조)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는 지난 목요일(현지 시간), 경제 안정화의 의지를 밝히며, 가정과 기업에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유럽의 천연가스 사용량 중 40% 가량이 러시아(Russia)에서 수입돼,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Ukraine)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유럽 국가를 상대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강하게 제재하자,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양을 대폭 줄인 것이다. 이로 인해 독일에 이른바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갑작스럽게 오른 가스비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독일 정부가 재정을 풀어 에너지 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정책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을 공유하는 유럽 연합(European Union, EU)의 특성과, 독일처럼 큰 지원금의 쏟아부을 여유가 없는 다른 EU 회원국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해당 정책은 독일에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다수의 EU 국가들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려면, 천연가스를 수입할 때 일정한 가격을 정하는 가격 상한제처럼 회원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큰 폭으로 오른 가스값을 잡기 위해 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독일의 독주를 견제하는 이웃 나라에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럽연합 차원에서 가스 가격 상한제가 수월하게 도입될 가능성은 낮다. 27개의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France), 이탈리아(Italy) 등 15개국은 가격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독일, 네델란드(Netherlands), 덴마크(Denmark), 오스트리아(Austria), 헝가리(Hungary)는 이와 상반된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에너지 위기가 심각한 만큼,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7일(현지 시간)에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만약 정상회의에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 유럽의 가스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과, 유럽연합의 단결을 위해 가격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상호 조율되지 않는다면 유럽연합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유럽연합 공동의 이익과 개별 회원국의 이익이 상충될 때,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유구한 역사가 증명하듯, 이번 갈등도 양 측에서 원만히 합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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