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9일 미국의 언론사 AP통신 (AP News)에 따르면 미국의 남부 국경에 위치한 애리조나의 소노란 사막에 미국으로 이주하다가 사망한 이주민들을 기리기 위해 매주 서너 개의 십자가가 설치된다. 이는 미국의 예술가 알바로 엔치소 (Alvaro Enciso)의 프로젝트인 ‘꿈이 죽는 곳 (Where Dreams Die)’의 일환으로 십자가는 유골 조각이나 시체가 발견된 곳에 세워진다.
알바로 엔치소는 히스패닉계 예술가로 60년대에 콜롬비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인물이다. 그는 이민 온 뒤 국경을 넘는 동안 사망한 사람들이 표시된 지도를 보게 되었고 지도는 사상자의 위치를 표시한 빨간 점으로 가득했다. 국경을 넘는 도중에 사람들이 사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사람들은 사막에서 탈수, 열사병 등으로 죽거나 밤에 저체온증으로 동사한다. 환경적 원인 뿐 아니라 차에 치여죽거나 살해당하기도 한다,
엔치소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으로 이민 왔기 때문에, 떠나온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 ‘꿈이 죽는 곳’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십자가를 세우는 이유는 종교적 이유가 아니며 단지 죽음을 기리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십자가를 이용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십자가의 모양과 관련되어 있다. 십자가는 수직선과 수평선이 접하고 있는 모형으로 생전에 땅 위를 걷는 모습을 수직선으로 간주하고 사후에 땅에 눕혀져 죽은 모습을 수평선으로 나타낼 때 이 두 선이 접하는 곳에서 비극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존 놀트너의 저서 – 마음 속의 평화)
망명자들의 죽음을 기리는 엔치소 이외에도 많은 단체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중이다.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물과 음식을 제공하며, 특별한 경우에는 피난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2001년 사망한 존 파이프 3세 (John Fife III) 신부님과 짐 코벳 (Jim Corbett)씨는 80년대에 내전으로부터 도망친 망명자들을 밀입국 시켜 그들의 집을 은신처로 제공했다. 이후, 파이프 신부님은 1986년 미국 이민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5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이 내려졌으나 이 판결이 그를 단념시키지는 못했다. 2000년 그는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이 더이상 탈수로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멀리에서도 눈에 띄는 푸른 색 깃발과 208리터의 큰 파란색 물병을 설치해서 간이 식수대를 만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 국경을 넘는 이민자의 출신지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CBP)에 따르면 2년 전인 2019년 4월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 시도자 중 멕시코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출신이 아닌 사람은 7.5%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4월의 경우 중미 국가 출신이 아닌 불법 입국 시도자는 전체의 30%로 늘어났다. 중남미에 집중되었던 불법 입국 시도자들의 출신지는 최근 인도가 포함되었다. 뿐만 아니라 올해 1월 휴먼 보더스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아리조나와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다 사막이나 산간 지대에 낙오한 사망자의 수가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처: 연방 세관국경보호국, 휴먼 보더스)
이전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타파하고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용어 사용을 금지했다. 불법이민자들을 비시민권자로 명명하는 등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인도적으로 지원할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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