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 발트해(Baltic) 언론사 발트해 뉴스 네트워크(Baltic News Network, BNN)에 따르면, 슬로바키아(Slovakia)의 재무부 장관 라디슬라프 카메니츠키(Ladislav Kamenický)는 “책은 주로 부유층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도서에 대한 부가가치세(value added tax, VAT)를 10%에서 23%로 대폭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서에 대한 VAT 인상은 로버트 피코(Robert Fico)가 이끄는 연립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전반적인 VAT 세율 인상의 일환이다. 2025년까지 50,000유로(€)(한화 746억 4천만 원)을 징수하여 슬로바키아의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번 인상은 피코 정부의 문화 분야에 대한 탄압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국립미술관과 국립극장의 관장들을 해고한 것도 문화 탄압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서적 애호가들이 부유하다는 카메니츠키 장관의 발언은 중부 유럽 국가들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또한 슬로바키아 국민들은 방 안의 책장을 자랑하는 영상에 영화 맘마미아(Mamma Mia)의 Money, Money, Money 배경 음원을 깔아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에 게시하면서 도서에 대한 VAT 인상을 조롱했다. 극우 슬로바키아 국민당(SNS)의 로만 미셸코(Roman Michelko) 의원이자, 의회의 문화 및 미디어 위원장은 서적에 대한 VAT 인상 계획을 공산주의 시대였던 체코슬로바키아(Czechoslovakia)의 정책과 비교하기도 했다.
슬로바키아의 출판업자 및 서점 협회 회장인 유라이 헤거(Juraj Heger)는 책은 주로 부유층이 구매한다는 재무부 장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소득층과 중소득층의 도서 구매량의 차이가 미미하다고 밝힌 것이다. 더불어 “슬로바키아의 도서 시장은 매우 작아서 연간 약 1억 유로(한화 1,492억 9천만 원) 정도의 수입 밖에 벌지 못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사람들의 도서 소비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며, 결국 정부의 수익도 적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도서에 대한 평균 VAT는 약 6%이며, EU의 다른 모든 국가는 도서 출판에 감면된 VAT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덴마크(Denmark)는 도서에 최대 25%의 VAT를 매기고 있다. 만약 새로운 VAT 세율이 의회를 통과하면, 슬로바키아는 유럽에서 도서에 VAT 감면율을 적용하지 않는 두 나라 중 하나가 된다. 그러나 덴마크는 출판사에 대한 홍보 지원 및 보조금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VAT 부담을 줄이고 있다.
슬로바키아처럼 VAT를 인상하려는 국가도 있었다. 라트비아(Latvia)는 2009년 초에 도서에 대한 VAT 세율을 5%에서 21%로 표준 세율을 인상했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해고가 이루어지고,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자 불과 8개월 만에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 선례를 따라 슬로바키아도 도서에 대한 VAT 인상 조치를 철회 또는 완화할지, 나아가 현재의 문화 탄압을 지속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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