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3일 유럽 언론사 유로뉴스(Euronews)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특별형사재판소(Special Criminal Court)는 슬로바키아 중앙은행(Slovakia Central Bank)의 피터 카지미르(Peter Kazimir) 총재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피터 카지미르는 슬로바키아 중앙은행 총재와 유럽중앙은행 이사회(European Central Bank Governing Council)의 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재판에 부쳐진 뇌물 수수 의혹은 그가 슬로바키아 재무부 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2012년부터 2019년 사이에 발생했다. 사건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공개된 바 없지만, 카지미르 총재가 민간 기업에 대한 세무 조사와 관련하여 국가 세무서에 48,000유로 (한화 약 6,898만 4,640원) 상당의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슬로바키아 특별형사재판소는 카지미르 총재의 뇌물 수수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고, 그에 대한 처벌로 100,000유로(EUR, €)의 벌금형을 내렸다. 또한 집행유예 2년 동안 카지미르 총재가 벌금을 모두 지불하지 않을 경우,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도 명시했다. 슬로바키아 특별형사재판소의 대변인 카타리나 쿠자코바(Katarina Kudjakova)에 따르면, 재판소가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은 지난 4월 3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이 되어서야 뒤늦게 판결 내용이 언론에 알려졌다.
판결문 발표 직후 검찰이 항소심을 신청했기 때문에 해당 판결은 최종 판결이 아니다. 카지미르 측도 초창기에 뇌물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했기 때문에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 슬로바키아의 에드워드 헤거(Eduard Heger) 총리는 카지미르 총재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 측은 카지미르 총재의 뇌물 수수와 관련해 그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카지미르 총재는 로버트 피코(Robert Fico) 전 슬로바키아 총리가 이끄는 스메르-사회민주당(Smer-Social Democracy Party)의 당원이었다. 스메르-사회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연합당에게 패하며 여당이 되지 못했다. 여당이 된 연합당은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며 지지층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권이 지난해 불신임 투표에서 패했기 때문에 슬로바키아는 올해 9월 조기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스메르-사회민주당은 당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당원의 부패 스캔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고를 총괄하는 재무부 장관의 뇌물 수수 혐의는 국민들에게 큰 배신감을 줄 수 있다. 뇌물을 통해 카지미르 총재가 얻은 이익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제기된 뇌물 금액보다 적은 1심 벌금 액수 또한 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이야말로 이 같은 정치인의 부정부패 혐의를 엄중히 다루어야 할 시기라는 점을 슬로바키아 사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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