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7월 21일 중남미 언론사 Merco Press에 따르면, 21일 아르헨티나(República Argentina)정부는 신분증 성별란에 기존의 M(남) 또는 F(여) 외에도 제3의 성별로 지칭한 X 성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을 제정하였다. 최종적으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 법령에 서명하였으며 수요일(현지 시각) 오전부터 해당 신분증을 발급할 예정이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지역 최초로 성별 ‘비 바이너리(non-binary)’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국가가 되었다. 비 바이너리는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과 같은 이분법으로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며 그들은 앞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개인 신분증은 물론 여권에도 X 성별을 기재함으로써 그들의 성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전통적으로 가톨릭 문화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대통령에 의해 제정된 이 변화는 그가 성 소수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것에 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는 지난 6월 의회가 승인한 트랜스젠더 개인을 위한 공공부문 일자리 중 1%를 할당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지 몇 주 만에 나온 것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X 성별의 X가 ‘이분법적이지 않고 규정되지 않은 개인’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국가 성별 등록 체계를 개정한 것이 인권 증진에 큰 이정표가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사실 아르헨티나는 성 정체성에 관한 법적 인정과 관련하여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개정 이전의 아르헨티나의 성 정체성 확인법(Gender Identity Law, LIG)에 따르면 개인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별을 가질 권리가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국가 정체성 문서(National Documents of Identity, DNI)에 기록할 때는 출생 시 생물학적 성에 따라 ‘M’이나 ‘F’를 표시하여 성 소수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하였다. 이번에 변경된 새로운 성별 체계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첫 성 중립 신분증을 받은 한 아르헨티나 의사는 이분법적 성별 체계를 탈피함으로써 비로소 모든 성별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새 법안에 긍정적 표시를 하기도 하였다.
한편, 아르헨티나 이전에 미국, 몰타, 네팔 등 약 10여 개 국가가 성별란에 X 표기를 허용한 나라들이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개인 신분증에 성별 표기를 아예 없애버리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중이다. 성 소수자에 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성 중립 신분증 허용 법안은 성 소수자에게 관용과 포용을 보여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성 소수자를 위한 제도나 법안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식하고 존중한다면 성 소수자들은 차별과 눈초리에서 벗어나 보다 평등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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