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11일 영국(United Kingdom) 언론사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영국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실제 장기 기증자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 산하 기관인 혈액 및 이식(NHS Blood and Transplant, NHSBT)은 현재 약 8,000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300명의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건강 문제나 수술 불가 등의 일시적인 사유로 명단에서 제외된 약 4,000명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12,000명에 가까운 환자가 장기 이식이 필요 상황이다.
장기 이식이 줄어든 배경에는 기증자 수의 감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NHSBT의 2024/25 회계연도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이식 수술 건수는 총 4,583건을 기록해 2023/24년 대비 2% 감소했다. 특히 사망 후 장기 기증자 수는 1,403명에 불과해 전년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NHSBT의 장기 및 조직 기증·이식 책임자인 앤서니 클락슨(Anthony Clarkson)은 “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지만, 실제 기증은 줄어들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생전에 기증 의사를 등록하고, 가족과 사전에 논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HSBT 보고서에 의하면, 2024/25년 한 해 동안 173건에서 고인이 장기 기증 등록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520건은 고인이 거부 의사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기증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가족 동의율은 59%에 그쳤으며, 가족의 반대는 여전히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NHSBT는 “*옵트아웃(opt-out)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장기 기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족의 동의가 여전히 필요하다”며, 생전 등록뿐만 아니라 가족 간 사전 논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자선단체 영국 신장 관리(Kidney Care UK)의 정책국장 피오나 라우드(Fiona Loud)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식을 기다리다 생명을 잃고 있다”며, “정부와 보건 당국이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전국적 캠페인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의료 병목 현상을 넘어 기증자 수 감소, 가족 동의율 저하, 사회적 인식 부족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이다. 옵트아웃 제도를 보완해 기증자의 의사가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정서적 기반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장기 기증 등록’이라는 단순한 선택지를 넘어서 기증자의 의사가 실제로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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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트아웃 제도: 개인이 장기 기증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기증자로 간주되는 제도이다. 영국에서는 2020년 5월 20일부터 적용되었으며, 대부분의 성인이 해당된다. (출처:NHS Blood and Transpl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