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8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新聞)에 따르면 대자연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마을 처녀를 제물로 바쳤던 옛 이야기를 재현하는 의식인 ‘이치야 칸뇨사이(一夜官女祭)’가 오사카시(大阪市) 니시요도가와구(西淀川区)의 한 신사에서 2월 20일에 축소된 형태로 치러 진다고 보도했다.
매년 2월 20일 이루어지는 ‘이치야 칸뇨사이’의 명맥은 약 300년 가량 이어져 왔다. 이의 배경이 되는 ‘이와미 쥬타로 전설(岩見重太郎の伝説)’에서는 마을에 수재(水災)를 일으키고 죄 없는 사람을 희생시킨 구렁이 악신(惡神)을 퇴치하고 마을의 평화를 가져온 전국시대(戰國時代)* 무사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사카 니시요도가와구 일대는 길이 약 75km의 요도가와(淀川) 강과 오사카 바다가 만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1909년 하천 정비 전까지 물이 범람하기 쉬웠다고 한다.
제사를 위해 마을에서 뽑힌 7명의 소녀들은 마중 나온 신관들을 중심으로 부모와 작별 의식을 치른 뒤 신사로 갈 때 행렬을 만들어 함께 이동한다. 제사에 선발되는 가문은 지역 공동체에서 명예롭게 여겨지고, 선발 기준도 마을을 위해 힘 쏟는 가문을 택한다.
행렬이 이동 한 뒤에는 제사 순서에 따라 바쳐지는 공양식과 함께 제례를 올린다. 특이한 점은 제사 첫 날에는 물고기를 의식에 올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강과 관련된 제례인 만큼 자연적 존재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대가 발전하고 의식의 변화에 따라 일본 내에서도 옛 이야기를 현대에 재현하는 의식은 많이 감소하는 추세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본 행사 또한 이야기 속 처녀 역할을 하고 수행을 돕는 지역민들의 협조를 구하기 점차 힘들어진다고 한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일본에서 재현 의식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점은 지역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에서 이루어지는 재현 의식은 신세대에게 지역 하천의 역사를 잇고 지리학적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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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戰囯時代 1467~1615) : 일본 천황(天皇)과 쇼군(征夷大将軍)의 권위가 떨어지자 각 지방의 영주들과 무사 계급인 사무라이(侍)를 중심으로 발생한 내란 및 일본의 혼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