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1일 르몽드(Le Monde)지에 따르면, 파리 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는 피에르 카사노바(Pierre Casanova)는 시에서 지급하는 50,000유로(한화 약 6,755만원)의 연봉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카사노바씨는 임기 첫 6개월 동안 25,414 유로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계약했는데, 오히려 파리시의 지출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규정에 대한 개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사노바씨는 인터뷰에서 “나는 시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받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한 돈을 벌고 있고, 내 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을 영위하고 있다”며 “내가 고문변호사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사회로부터, 국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훌륭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조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이라도 내가 배풀 수 있는 것을 찾을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파리시 관계자는 “그는 고문변호사로서 이같은 결정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라며 “이것은 정치적인 결정이 아닌 개인적인 결정이라는 것이 주로 주변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무’로 기업인이나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로 사용되곤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현장감독 업무를 맡은 이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편성한 피복비로 패딩을 구입한 뒤 전 부서원이 나눠 입은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국민의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이지만 ‘깜깜이 돈’, ‘눈먼 돈’ 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공무원들의 이같은 부당한 공금 사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감사 결과 행정처분은 ‘주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기업인, 고위직 관료, 정치인등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의지를 바탕으로 그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또한 정보의 사회인 21세기에서 누가 먼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정보를 선점하는지, 더 빨리 행동을 취하는지에 따라 좋은 자리를 얻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100% 자신의 노력만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교육, 누군가 익명으로 기부했을 장학금,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을 배려했을 이름 모르는 사람들. 일일이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사회적 기여’라는 이름으로 준 도움이 있을 것이다.
카사노바씨가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환원하기 위해 자신의 수당이 더 필요한 곳에 사용되기를 바랬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나눔과 연대가 새해에는 좀 더 실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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