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4일 유럽 언론사 유로뉴스(Euronews)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오랜 시간 인기를 끈 보드게임(Board game)인 스크래블(Scrabble)이 프랑스에서 2023년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게임에서 허용되고 있는 단어 중 일부를 제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스크래블은 미국 완구 회사 마텔(Mattel)이 제작하는 보드게임으로, 1938년 처음 출시된 이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판매되었다. 스크래블은 각각의 알파벳이 적힌 나무 조각들을 조합하여 단어를 만드는 게임이며, 수록된 공식 단어 사전이 단어의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프랑스판 스크래블은 이 공식 단어 사전에서 400개 단어의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 성차별 또는 인종차별 및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들이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2020년, 영어판 스크래블의 공식 단어 사전이 유사한 방식으로 개정되었다. 2020년은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사망 사건과 함께 흑인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과잉 진압 및 폭력 행사가 화두에 오르면서 흑인 인권 운동이 미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로 확장된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마텔사는 공식 단어 사전에서 특정 인종, 성별 또는 기타 소수집단에 대한 모욕이나 혐오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들을 삭제했다. 그러나 모욕이나 혐오의 표현으로 사용되지만, 그 외 다른 의미를 지닌 단어들은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
영어판의 개정은 열띤 찬반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마텔사는 스크래블이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문화적 적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어 사전 개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호주판 스크래블에서는 여전히 원주민 부족을 향한 모욕적 표현이 허용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마텔사의 일관성 없는 행보를 지적했다
한편, 북유럽 스크래블 선수 협회(North American Scrabble Players Association, NASPA)는 마텔사와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토너먼트(Tournament)에서 비속어 표현의 인정 여부에 대한 토의를 벌였고, 이를 토대로 몇 년 전부터 특정 비속어의 사용을 금지해왔다. 프랑스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회정치적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는지에 대한 찬반이 갈리고 있다. 향후 프랑스판 스크래블의 단어 개정에서도 유사한 찬반토론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크래블은 언어를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이고, 언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수단이다. 시민들의 인권 의식이 높아졌지만, 소수 집단을 향한 비방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게임에서 혐오를 조장하는 단어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지될 단어의 선정은 회사의 자체적 기준이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장기적 토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프랑스판 스크래블의 단어 사전이 개정될지, 혹은 타 유럽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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