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1일 중남미 언론사 메르코프레스(Mercopress)에 따르면, 브라질(Brazil)의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원주민의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토착 원주민의 토지 소유를 인정하는 시점에 관한 것이다.
브라질은 현행 헌법이 제정된 1988년 10월 5일 당시에 실제 거주하고 있던 토착 원주민에게만 토지 소유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30여 년이 흐른 지난 2023년 9월, 브라질 대법원은 기존의 헌법이 해석 상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군사 정권 시절에 강제 이주하게 된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계승된 토지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이 제정되던 시기에 실거주 중인 원주민에게만 토지 소유권을 허락했기 때문에 계승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 브라질 대법원은 이와 같은 부당함을 근거로 위헌 소지에 대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후 브라질 대법원이 기존의 판결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리자, 많은 원주민은 자신과 그 조상의 토지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수년 간 경작해 온 토지를 원래의 소유자인 원주민에게 돌려줘야 하는 일부 농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브라질의 농업 기업과 보수 성향의 야당은 힘을 합쳐 헌법 제정 당시의 법(실거주자에게만 토지 소유권 인정)을 성문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상원 의석의 상당수를 야당 의원이 차지한 결과, 상원에서 해당 법안은 찬성 43표, 반대 21표로 승인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거부권이란 국회 입법부가 승인한 특정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조항은 유전자 조작 작물 재배, 채굴, 원주민 공동체의 승인 없이 원주민 땅에서의 고속도로 건설, 이미 원주민에게 지정된 토지 영역을 재검토하는 것 등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조항은 추가 논의를 위해 다시 의회로 회부된다.
농민과 야당 의원들은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토지 소유권에 대한 법적 보안을 강화하고, 토지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주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소니아 과하하라(Sonia Guajajara) 토착원주민부(Ministério dos Povos Indígenas) 장관의 입장은 다르다. 과하하라 장관은 해당 법안이 원주민의 토지권을 훼손하고, 생활 방식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룰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토착 원주민의 편에 선 결정임이 분명하며, 거부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원주민의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에 대해 의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향후 추이를 지켜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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