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21일 일본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에 따르면, 일본 나라현(奈良県)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 호류지(法隆寺)에서 1949년 화재로 손상된 금당벽화(金堂壁画)의 보존·활용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각) 호류지 경내에서 열린 ‘보존활용위원회(保存活用委員会)’ 회의에서 벽화를 보관 중인 수장고의 개보수를 핵심으로 한 기본 구상이 승인된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벽화의 공개를 목표로 한다.
호류지는 1993년 일본 내 최초로 유네스코(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다. 일본 고대 문화의 상징일 뿐 아니라 한반도, 특히 백제와 깊은 인연을 가진 유산으로도 유명하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고건축 연구자들은 호류지 건축에 활용된 초창기 기술과 양식이 백제계 기술자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다.(출처: 유네스코와 유산, 동북아역사넷)
호류지의 중심 구조물 중 하나인 오층탑(五重塔)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 정림사지 탑은 7세기 중엽 백제의 석탑 양식을 대표한다. 단층 기단에 오층 누각을 얹은 정연한 수직 비례가 특징인데, 호류지 오층탑 역시 이와 흡사한 비율 구조를 갖추었다. 다만 호류지 탑은 목조 구조물이며, 1층 지붕 아래에 속지붕을 덧댄 일본 특유의 이중 구조 양식이 반영되었다.(출처: 동북아역사넷)
호류지 내 금당벽화는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초에 제작되었으며, 금당 내부의 12면 벽에 석가여래, 약사여래, 관음보살 등의 불교 존상이 그려져 있다. 중국 둔황(敦煌)의 막고굴(莫高窟) 벽화와 더불어 동아시아 불교 회화의 정수로 평가되며, 일본의 국가 중요문화재(国 重要文化財)로도 지정돼 있다. 그러나 1949년 화재로 선명한 색채는 대부분 소실되었고, 이후 수장고에 보관된 채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승인된 기본 구상은 기존 수장고의 기능과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노후화된 구조의 방재 기능과 보존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5년부터 보존활용 계획 및 기본 설계를 수립하고, 2026년에 실시 설계를 마친 뒤, 2027년부터 본격적인 개보수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호류지의 후루야 쇼가쿠(古谷正覚) 관장은 “이번 개보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벽화를 직접 보고, 문화재의 중요성을 실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호류지 내 금당벽화의 보존 및 공개 계획은 문화재를 단순히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장기적 보존과 공공성까지 고려한 포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한·중·일 고대 불교 미술의 정점으로 평가되는 금당벽화가 과학적 보존 기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시 대중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향후 동아시아 문화유산의 보존과 공유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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