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16일 대만 언론사 중국시보(中國時報)에 따르면, 타이베이(台北市)에 위치한 명문 고등학교인 건국중학교(建國中學)에서 한 학생이 샤워 중 동급생에게 몰래 촬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영상이 운동부 단체 채팅방에 유포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피해 학생의 가족은 아들이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음에도, 학교 측이 가해 학생에게 단 한 건의 ‘소과(小過)*’만을 부과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현지 시각), 학교 기숙사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은 샤워 중 동급생에게 도촬당했다. 가해자는 촬영 직후 영상과 사진을 삭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운동부 단체 채팅방에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은 이후 팀원들에게 조롱을 당했고,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폐쇄적인 운동부 분위기 속에서 사건 직후 교사나 학교 측에 알리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의 가족은 올해 5월(현지 시각), 아들의 이상 행동을 눈치채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이후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는 같은 달 양측 부모를 불러 조정 회의를 열었다. 가해자 면담도 이뤄졌지만, 학교는 “가해 학생에게 반성의 태도가 있다”는 이유로 소과 1회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피해자 측은 가해자 부모가 사과 한마디도 없이 “장난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만 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사건의 처리 과정으로 이어졌다. 운동부 지도교사는 이 사건을 성평등 교육 사례로 활용하겠다면서 팀원들 앞에서 두 학생의 실명을 공개했고, 교장 역시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피해 학생 부모와의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베이시 교육국은 “학교가 사건의 인지 직후 즉시 보고 절차를 마치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현재는 성평등 사건으로 별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유사 사례 발생 시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는 학생 간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문제가 확인될 경우 학교 규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대만 내 대표적인 명문 고교에서도 디지털 성범죄와 집단 내 침묵의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의 고통보다 가해자의 ‘반성’을 근거로 한 미온적 처벌과 실명 공개와 같은 2차 가해, 그리고 폐쇄적인 운동부 문화는 모두 교육 현장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사항이다. 학교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책임과 피해사항을 명확히 따져야 하며, 사건을 교육의 일부로 삼기보다는 철저한 보호와 예방 중심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역시 청소년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 당국이 피해자 중심의 대응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인권과 안전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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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과(小過): 작은 허물이나 잘못을 의미한다. (출처: 네이버 한자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