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1985년부터 30년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비만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평균적으로 미국인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비만이다.
2020년 12월 13일 AP 통신 기사에 따르면 소득 계층간 섭취하는 식품의 격차가 상당하며,저소득층의 건강과 다양한 음식의 섭취를 위해 여러 환경 단체에서 저소득층에게 신선식품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사업을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소득 계층 간의 차이는 식탁 위에서도 보여진다. 저소득층일수록 밭과 나무에서 자라난 신선 식품과는 거리를 두게 된다. 그들의 밥상에는 인스턴트와 냉동 식품 등 공장제 식품이 주를 이룬다. 예전에는 배불리 먹게 되어 살이 찐 부유한 비만이 많았으나, 현 시대의 비만의 원인은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다. 요즘 미국의 비만은 가난한 비만으로서 체중을 관리할 돈과 시간 부족으로 생겨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소위 ‘건강 격차’로 일컫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 따르면 비만의 원인으로 ‘식품 사막 (Food Desert)’ 현상과 대형 식료품 체인점의 등장을 제시한다. 식품 사막이란 과일, 채소, 곡물 등 건강한 식품에 접근하기 힘든 지역을 뜻한다. 주로 식품을 유통하기 어려운 시골이나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대도시 중심부에서 발생한다. 대형 식료품점에서는 다양한 유기농 농산물과 건강 식품을 판매하지만, 저소득지역은 식료품점의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개설이 어렵다. 반면, 패스트푸드 체인점 및 편의점은 대형 식료품점에 비해 운영 비용이 적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더 많이 자리하게 된다.
비만으로 생기는 문제는 건강 및 경제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미국 공공보건 학회(American Public Health Association, APHA)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비만으로 사망한다고 전했다. 비만은 신체 뿐 아니라 의료비용 측면에서도 골머리를 앓게 한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비만환자 의료비용으로 3440억 달러가 사용되었으며, 이는 미국의 총 의료비용 중 20% 이상 차지한다. 또한, 성인이 1년간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800달러 이상 사용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료수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했으며,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푸드 스탬프(Food Stamp)’ 제도이다. 이는 1960년대에 처음 시행된 제도로서, 무소득자 및 저소득자를 구제하기 위해 지급한 식품구입권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지속되면서 여러 폐해가 생겨났다. 티켓을 통해 식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수혜자들은 발급받은 당일 모든 티켓을 다 사용해버리거나, 티켓을 거래하는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문제 삼아 푸드 스탬프 수혜층을 대폭 줄이고, 수혜자들에게 노동 전선에 뛰어들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이들은 노동 전선에도, 푸드 스탬프의 혜택에서도 제외되는 문제가 생겼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기회의 땅(Space of Opportunity) 프로그램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지지자와 자원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공동 경작지를 제공하고, 경작지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뿐 아니라, 직접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화분과 씨앗도 제공한다. 해당 지역의 기존 저소득층 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피난 온 난민들에게도 재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며 이는 그들이 직접 섭취하고 잉여분은 판매하는 등 소득 창출 수단으로서 사용될 수도 있다.
또 다른 프로그램인 팜 익스프레스 (Farm Express)에서는 저소득 지역에 시내버스와 작은 셔틀 버스를 운행하며 농산물을 원가로 판매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운영 업체인 액티베이트 푸드 애리조나 (Activate Food Arizona)의 상무인 앨리제 가이더스(Elyse Guidas)씨는 저소득층 가정에게 농산물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사용자인 포레스트 부부는 바나나 한 다발과, 오렌지 몇 개, 자몽, 파, 딸기, 감자 몇 개, 근대와 땅콩 호박을 사는 데 한화로 만오천원도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저소득층에게 다양한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비만율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개인의 통제력 향상 및 예산 절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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