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0일 아르헨티나 언론 라 나시온(La Nación)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이 찬성 38표, 반대 29표, 기권 1표로 가결되었음을 알렸다. 2018년 8월에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부결되었으나, 올해 12월 11일 하원에서 동 법안이 찬성 131표, 반대 117표, 기권 6표로 통과된 후 지난 30일 상원에서 지지파와 반대파 간 치열한 공방 끝에 가결되었다.
법안 발의자인 아르헨티나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Ángel Fernández)는 법안이 가결된 후 여성의 권리를 확대하고 공중 보건을 보장하는 등 “오늘날 우리는 더 나은 사회가 되었다(Hoy somos una sociedad mejor)”며 트위터에 소감을 남기기도 하였다. 법안 지지자들은 이번 법안 합법화가 수년간 행해진 투쟁의 결과물로 여성이 자율성과 권리를 가지고 평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음을 나타낸다며 감격하였다. 또한,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며 불법 낙태로 인하여 목숨을 잃은 수많은 여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출생인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은 상원 토론이 시작되기 전 “모든 버려진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Toda persona descartada es un hijo de Dios)”임을 재차 강조하는 등 간접적으로 낙태 합법화 반대를 표현했다. 이후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생명을 원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태어났다(Todos nacemos porque alguien ha deseado para nosotros la vida)”고 언급하며 결과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아르헨티나 주교회의에서는 낙태 합법화가 아르헨티나 국민을 대표하는 결정이 아님을 밝히며 해당 법안이 “아르헨티나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Esta ley ahondará aún más las divisiones en nuestro país)”이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법안은 임산부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나 강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 14주 이후의 낙태가 위법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임산부와 유아를 위한 필수품 무료 제공, 신생아의 신원을 보장하기 위한 출산 사실 증명서 발급, 취약한 상황에 놓인 고위험 임산부 지원 강화, 임산부 및 만 3세 이하 자녀의 종합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국가 보건부 조직 개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1,000일 계획’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전통적으로 중남미의 여성은 순결, 도덕적 강인함, 인내, 여성성을 강조하는 마리아니스모(Marianismo)*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중남미 국가의 성 평등 지수가 높고, 특히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여러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는 역사적으로 로마 가톨릭교회의 영향을 받아 쿠바, 우루과이, 가이아나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낙태 합법화 가결은 수년간 계속되어 온 집회를 통한 민중 운동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후 주변국에 미칠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욱 신장된 여성 권리를 보여주는 사례임에 더욱 의미가 깊다.
*마리아니스모란, 순종적이고 순결하며 인내하는 마리아적 여성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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