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7일 BBC에 따르면, 대규모 희토류 채굴사업에 반대하는 그린란드의 야당 ‘이누이트 아타카티기이트(IA; Innuit Ataqatigiit)’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세계의 희토류 확보전 판세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희토류는 전자 장비나 무기 제조에 쓰이는 희귀 원소 17개를 일컫는데, 전자 배터리 등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희토류를 확보하려는 각국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그린란드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대규모 희토류 광산이 존재하는데, 기후변화로 그린란드 남쪽 땅이 녹으면서 매장되어 있던 희토류를 채굴할 수 있게 되자 미국, 중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희토류를 이용해서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쥐려 한다. 그린란드 남부의 채굴 사업은 광산 개발 예정지를 소유하고 있는 호주 회사 ‘그린란드 미네랄스(Greenland Minerals)’가 추진 중이며, 회사의 최대 주주는 중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나 덴마크로부터 거절당하자 거액의 원조를 제안한 상태이다. 지난달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의 첩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는 주요 광물 공급과 관련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면 그린란드에서 주요 광물의 조달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희토류는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다. 그린란드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개발 이익보다 환경과 건강을 선택했고, 그 결과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희토류 외에도 그린란드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항로가 가능해졌고, 기후변화를 가장 앞서 관찰할 수 있는 곳도 그린란드이기 때문이다. 덴마크와 러시아, 캐나다는 북극 주변 대륙붕의 소유권을 다투고 있고, 러시아는 북극에서의 군사 활동을 늘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덴마크령 자치지역으로, 인구는 5만 6,000여 명이다. 낚싯배 관광 수입과 덴마크 정부의 보조금으로 근근이 자치정부 재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동안 그린란드는 동토의 땅이라 불리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의 수십 배에 이르고, 세계 원유 매장량의 13%, 천연가스 매장량의 30%가 묻혀있다. 이번 총선에서 그린란드 국민들은 환경과 건강을 선택했지만, 일자리와 외화를 늘리기 위해 개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희토류 채굴 논의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그린란드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권다툼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관련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이 기사 확인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사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