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내셔널갤러리
이미지 출처: Flickr

2022년 4월 4일 유로뉴스 (Euronews)에 따르면, 런던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 London)는 소장한 작품 중 ‘러시아 무용수들(Russian Dancers)’의 제목을 ‘우크라이나 무용수들(Ukrainian Dancers)’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정은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해당 작품의 제목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후, 내부 회의를 걸친 결과라고 전했다.

해당 작품은 유명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작품이다. 드가의 타 작품과 유사한 파스텔화로, 우크라이나 국기에 사용된 파란색과 노란색을 강조색으로 활용하여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의 제목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타냐 콜로투샤(Tanya Kolotusha)이다. 콜로투샤는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게시물을 통해 드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무용수들이 우크라이나인 임에도, 작품의 제목이 ‘러시아 무용수들’이라고 붙여진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했다. 또한, 다수의 러시아인은 물론 러시아 정부조차도 우크라이나의 고유 문화를 러시아 민족 문화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콜로투샤의 게시물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문제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작품의 제목을 변경할 필요성을 느껴 공식적으로 변경하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예로부터 러시아와 인접하여 민족적 유사성을 보였으며, 구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일원이었기에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크라이나는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러시아인 또는 타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러시아인과 동일시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아트 유닛 (Art Unit)의 설립자인 마리아 카시첸코(Mariia Kashchenko)는 자신도 이러한 일을 수차례 경험했다고 얘기했다. (출처: 더가디언 The Guardian)

런던 우크라이나 연구소장 올레샤 크로메이추크(Olesya Khromeychuk)는 독일 언론인 슈피겔(Der Spiegel)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크라이나를 독립국이 아닌 러시아의 일부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기원한 것임을 강조했다. (출처: 슈피겔 Der Spiegel) 크로메이추크 연구소장은 런던의 갤러리와 박물관에 방문할 때마다 구소련 시기의 작품과 유물의 출처를 모두 러시아로 표기하는 것을 발견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출처: 슈피겔 Der Spiegel)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많은 접점을 가졌기에 문화적 혹은 민족적 유사성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두 문화 간의 차이점을 무시하고 완전히 동일시하는 것은 각 국의 문화를 존중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이 지속될 경우, 고유의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국가와 국민이 생길 수 있으며,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일이 몇 번이고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유사한 문화더라도 분명히 구분하고 그 정체성을 인정해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서구 국가에서 이전까지는 관습적으로 동일시하던 러시아 문화와 우크라이나 문화를 어떻게 구분 및 분리할지 향후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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