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2일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에 따르면, 플로리다(Florida)주(州) 교육부는 금지된 교육 주제가 포함된 수십 종의 수학 교과서 채택을 거부했다. 플로리다주는 지난 18일(현지 시간), 132종의 수학 교과서 중 54종에 대해 비판적 인종이론(Critical Race Theory, CRT)과 사회 정서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등의 내용이 실렸다는 이유로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과서 내용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었는지, 결정 절차는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교육부는 거부 사유와 관련된 4장의 이미지를 지난 22일(현지 시간) 공개했으나, 이 마저도 출판사의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출처나 구체적인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제시되어 논란을 가중시켰다.
비판적 인종 이론이란 미국의 정치, 사회, 법률, 경제, 교육,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이 뿌리 깊게 존재해왔다는 전제 하에, 이런 차별에 대해서 교육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비판적 인종 이론 지지자들은 미국 내 불평등, 빈부격차, 인종차별 등의 문제는 모두 미국 내 주류인 백인들이 구성한 법과 시스템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주로 보수 진영에 속한 반대론자들은 해당 이론이 미국 사회 내 인종 간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증오를 확산시킨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뉴욕타임스가 자체적으로 채택이 거부된 교과서 중 21종의 수학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책은 비판적 인종 이론이나 다른 인종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교과서들이 사회 정서 학습은 포함하고 있었다. 사회 정서 학습이란 초∙중∙고등학교에서 자신의 정서와 장단점을 이해하고 정서의 경험과 표현을 조절하며, 타인의 입장과 정서를 이해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발달시켜 긍정적이고 안전한 학교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이다. (출처: 지식백과) 사회 정서 학습은 최근까지 미국 교육에서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았으나, 우익 운동가 크리스 루포(Chris Rufo)는 사회 정서 학습을 “아이들의 정서를 건드리고 억압하며, 인종차별을 학습하게 하는 등 급진적인 교육체계”라며 비판했다. 더불어 수학 교과서에서 ‘감정’을 배우는 건 잘못됐다며, 결국 교사의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심리학자인 스테파니 존스 (Stephanie M. Jones)은 “감정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모든 곳에서 감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반박하며,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당한 이유로 교과서 승인을 거부했다면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현재 제시한 플로리다주 교육부의 입장은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적인 이유로 청소년들의 교육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이다. 교과서 승인을 거부해야 한다면, 단순히 금지된 교육 주제가 있다는 표면적인 이유가 아니라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플로리다주의 교과서 거부를 둘러싼 이번 논쟁이 어떠한 결론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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