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4일 더가디언(the guardian) 에 따르면, 헝가리(Hungary) 총리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이 유럽 민족과 그 외 혈통이 섞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야당 인사들과 유럽 정치인들은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질타했다고 전해졌다. 7월 23일, 연례 연설에서 오르반 총리는 “우리(헝가리인 모두)는 혼혈 민족이 아니며, 혼혈 민족이 되고 싶지도 않다”는 말과 함께 유럽 민족과 그 외 민족이 섞여 생활하는 국가들을 “민족 국가로 볼 수 없다”라고 발언했다.
오르반 총리는 올해 초 선거를 통해 총리로서 4연임에 성공했으며, 그의 정권은 이전부터 극우파 주장, 특히 반이민주의 내세워 세력을 유지해왔다. 그의 정당이 정권을 잡은 2010년 이후로 헝가리 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민주주의적 퇴보를 거듭해왔고, 총리의 위와 같은 문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설 직후 다수의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국회의원 카탈린 체(Katalin Cseh)는 총리의 연설이 “모두가 잊고 싶어하는 과거의 한 때를 떠오르게 한다”며, 문제의 발언이 현 정권의 본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헝가리의 혼혈 국민들에게 총리의 발언과는 상반되는 메시지를 전했다. “피부색과 출신지가 다른 국민도 모두 우리(헝가리 국민)의 일원이다”, “다양성을 통해 우리는 강해진다” 등의 메시지를 통해 포용력을 강조했다.
루마니아 국회의원 알린 미투타(Alin Mituța)도 오르반 총리의 발언에 크게 분노했다. 그는 “중부 유럽과 동유럽처럼 여러 민족이 한데 모여 사는 지역에서 민족적 순수성을 논하는 것은 그저 망상일 뿐이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라고 말하며, 총리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오르반 총리의 연설은 문제의 발언 말고도 유럽 정치에 대한 비관적 예측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서구 세력의 약화를 예견하고, 그에 따른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전쟁의 시대가 닥칠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는 스스로를 유럽 연합(European Union) 내 러시아의 가장 친밀한 동맹으로 칭하며, 서구권 국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방 지원을 신랄히 비판했다. “북대서양 조약 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가 우크라이나에 현대식 무기를 지원하면 할수록 러시아군이 더 강력히 밀고 들어올 뿐”이라며, 서구의 국방 지원은 전쟁을 지속시키기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서구권 국가들이 진정 해야할 일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하기보다 양국 간의 평화 협정을 유도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 올렉 니코렌코(Oleg Nikolenko)는 오르반 총리의 위 발언에 대해 “전쟁을 정당화는 러시아의 선전과 다를바 없다”고 평가했다.
헝가리는 폴란드와 함께 현재 유럽 연합 내에서 극우파 정권이 득세한 국가 중 한 곳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만행으로 많은 피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를 반대하고 민족주의와 민족적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정권의 성찰이 결여된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는 최대한 많은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해져야 한다. 뜻 맞는 소수의 의견만을 듣고 따른다면, 비리와 부정으로 이어질 뿐이다. 출신지, 피부색, 종교, 정치적 성향 등의 이유로 국민을 배제하고 핍박하는 정권은 한 국가의 정부로서 존립의 정당성도 대표성도 가지지 못한다. 오르반 총리의 발언을 비판한 사람들 또한 이와 같은 의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헝가리는 최근 제정한 반성소수자법(Anti-LGBTQ+ Law) 때문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이다. 장시간 자유민주주의는 물론 언론의 자유와 성소수자 및 이민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핍박해 온 헝가리 정권에 대한 유럽위원회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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