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미국 언론사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에 따르면,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애리조나 주(Arizona)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철조망에 매달려 있는 수십만 개에 달하는 사랑의 자물쇠를 철거했다고 한다. 자물쇠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열쇠가 그랜드 캐니언에서 서식하는 멸종 위기새인 캘리포니아 콘도르(California Condor)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조치이다.
“사랑은 강하다. 하지만 우리의 절단기만큼 강하지는 않다”, 이는 국립공원관리청의 공식 페이스북(Facebook)에 게시된 글이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립공원인 그랜드 캐니언을 방문한 연인들은 서로의 이름이나 이니셜(initial)을 새긴 자물쇠를 철조망에 걸어 잠근 뒤, 아무도 열수 없게 열쇠를 버리고 영원한 사랑을 서약한다. 하지만 국립공원관리청 관리인들에게 방문객들이 걸어둔 자물쇠는 열정의 상징이 아닌 인공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의 대변인 제프 스테빈스(Jeff Stebbins)는 자물쇠가 사람과 야생 동물 모두를 위한 공공 서식지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쇠를 협곡에 버리는 행위가 심각한 멸종 위기 동물인 콘도르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콘도르는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처럼 반짝이는 금속을 좋아한다. 하지만 콘도르는 금속물질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열쇠나 사람들이 던진 동전 등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측은 방문객들이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흔적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출처: 매일경제) 또한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방문객들의 탐방 태도 개선을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의 사례로 쓰레기 투기 위험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콘도르 뱃속을 촬영한 엑스(X)선 사진 결과를 공유했다. 열쇠를 삼킨 콘도르의 몸속에 동전을 포함한 각종 금속들이 가득한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 잠근 뒤 아무 생각 없이 열쇠를 버리는 행동들은 콘도르의 목숨과 직결될 수 있다.
자연 파괴와 멸종 위기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자물쇠’ 풍습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경제성과 편의성 때문이다. 자물쇠는 값이 저렴하며, 글자를 적을 수 있고, 자물쇠를 걸어 잠글 장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는 촬영한 기념사진을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 쉽게 공유할 수도 있다.
반면 자물쇠로 인해 훼손된 생태계를 복구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종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다른 종들에게도 연쇄반응을 일으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연인과의 사랑의 맹세는 자물쇠가 아닌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 어떨까.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돕는 국립공원의 행보에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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