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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202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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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 골령골·옛 대전형무소 답사기

전임연구원 이종원 (계명대학교 국제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최근 중고등학생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문제가 되며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학교에서 역사 교육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문제는 역사를 단순히 교실에서 지식으로 접하고 배웠다는 데 있다. 역사를 단순히 인지적으로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고, 공감하기 위해선 결국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오랫동안 국가가 감추어 왔고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직접 찾아가 보는 일은 민주시민교육의 출발점이 된다. 이런 생각에서 우리 연구팀은 2026년 7월 3일 아침, 대전지역 민간인 학살을 연구하며 평화기행 해설을 맡아 온 임재근 소장(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의 안내를 받아 산내 골령골과 옛 대전형무소 터를 잇는 ‘피스로드’ 투어를 떠났다.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산내 골령골

대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초기에 벌어진 대규모 민간인 학살의 현장이다. KBS에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며 일부 사람들이 인식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민간인 학살터로 알려지지 않았다. 임재근 소장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경까지 약 20여 일 동안 약 1,800여 명에서 많게는 7,0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집단으로 학살당했다. 암매장 구덩이 여덟 곳의 길이를 합치면 약 1km에 이른다. 임 소장은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소개했다. 유해 발굴 과정에서는 가까운 거리에서 쏘거나 확인사살을 한 정황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학살의 출발점, 옛 대전형무소

피스로드의 다른 한 끝에는 옛 대전형무소 터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수감시설로 지어져 독립운동가들이 갇혔던 곳이고, 해방 이후에도 정치·사상범과 재소자를 수용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대전형무소는 일제강점기 시기 교통의 주요 지역 중 하나로 그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재소자를 수용했다. 임 소장에 따르면 재소자 가운데 꽤 많은 사람들이 정치·사상범이었다. 그 중 일부는 일부는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관련자였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당시 형무소에서도 재소자들을 학살한 터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임재근 소장과 함께 걸은 피스로드

답사 동안 임 소장은 자료와 연표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족들이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던 사정, 발굴된 유해가 보여주는 죽음의 방식 같은 것들을 생생하게 묘사해주었다. 그는 이 현장을 비극의 장소로만 남겨 두지 말고 교육의 체험처로 살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연구소 사업과 관련해서도 대전형무소 터에서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 그리고 조성 예정인 평화공원으로 이어지는 답사 동선을 어떻게 짤지, 각 현장에서 학습자에게 무엇을 전할지, 유족 증언과 발굴 유해 자료를 교육 자료로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조언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