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3일 영국 언론사 더 가디언(The Guardian) 따르면, 영국 의료 관계자들이 환자들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러한 성범죄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였다.
영국 의학 저널(BMJ:the British Medical Journal)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스토킹, 성추행 및 강간 등 환자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 사건이 20,000건 이상 발생했다. 한 여성 의료진은 “의료 실습을 하던 19세 때부터 환자들로부터 성적 발언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으며, “고문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검진하던 남성 환자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어 무서웠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병원 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가볍게 여긴다면, 의료진들이 자신이 겪는 문제를 표현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직장 내 성 범죄를 다루는 전문 변호사인 디바 시드(Deeba Syed)는 “여성 의료진들이 성범죄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 환자를 계속 돌보도록 강요받고 있고, 병원 측은 피해 의료진을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것을 환자를 퇴출하는 것보다 더 편리한 해결 방안으로 여긴다”고 언급하였다. 의료진인 사이먼 플레밍(Simon Fleming)은 영국 국민 보건 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환자의 성범죄가 발생하였을 때 법적으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언급하였으며,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의료진들도 성범죄 피해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구급 대원인 샬럿 밀러(Charlotte Miller)는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환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을 당시 바로 이 사실을 신고하였다. 밀러가 사건에 대해 진술할 때 주변 동료들이 그녀의 진술을 옆에서 지지했다고 한다. 그 결과 가해자인 환자는 9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았다. 밀러는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면서 “피해 의료진들이 성범죄 피해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주변 의료진의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이에 스티브 바클레이 (Steve Barclay) 보건부 장관은 국민 보건 서비스 관계자들이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및 기타 범죄를 예방할 법적 의무가 있고, 병원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의 의료진들은 성범죄에 노출되었으나,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하지만 의료진 역시 영국 국민의 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의료진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만약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머지않아 많은 의료진이 의료 현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영국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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