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전선 전봇대 도로
이미지 출처 : Unspalsh

2024년 4월 10일 일본 언론사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에 따르면, 지난 3월(현지시간) 후쿠오카시 동구(福岡市東区)에서 보행·보조 기기인 ‘시커(seeker)’의 실증 실험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시각 장애인의 활동에 더욱 편리함을 줄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시커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주변을 파악해 위험을 알려주는 시각장애인용 보행·보조 AI 카메라이다. AI는 신호등의 색과 보행자와 횡단보도 간의 거리,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흰지팡이로는 알아차릴 수 없는 장애물 등을 감지해 진동으로 착용자에게 위험을 알린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횡단보도를 감지하면 적신호일 때는 진동이 울리고, 청신호로 바뀌면 진동이 멎는 구조이다.

실증 실험에는 후쿠오카시 시각장애인복지협회(視覚障害者福祉協会) 회장인 메이지 히로시(明治博) 씨가 참여했다. 기존에도 소리로 신호를 알려주는 음향 신호기가 신호등에 설치되어 있지만, 저녁에는 인근 거주 주민들을 배려해 소리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IT(information technology) 기술을 활용한 신호기용 스마트폰 앱도 있다. 하지만 고령자가 사용하기에는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신호기가 설치된 횡단보도가 극히 드물었다.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가 달리는 소리나 주변 보행자들의 발소리에 의지해 신호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았다. 가이드 헬퍼(guide helper)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특정 시간에만 도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홀로 집을 나서야 한다.

실험에 참여한 메이지 씨 또한 평소 가족이나 가이드 헬퍼의 도움을 받아 외출한다고 전했다. 처음 시커를 사용해 본 메이지 씨는 “자신이 신호를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안심된다. 혼자서 움직이기에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시커가 있다면 혼자서도 외출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사용 소감을 밝혔다. 시커는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통신 장애 등의 이유로 사용이 어려워지는 일이 없으며, 재해 시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시커를 개발한 회사는 북규슈시(北九州市)에 위치한 ‘규슈공업대학(九州工業大学)’에서 시작해 2018년에 창립한 ‘마리스(マリス) creative design’이다. 규슈공업대학에서도 AI의 개발을 도왔다. CEO인 와다 야스히로(和田康宏)씨는 30대에 하반신 마비가 온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서 ‘장애인은 타인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행동하고 싶어 한다’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후 시각장애인이 거리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시커를 개발했다. 와다 씨는 시커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이 당연해지길 바란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시커와 같이 장애인의 생활을 돕기 위한 다양한 보조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장애에 구애 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누리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들에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하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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